[KOR] South Korea Should Prepare for the Wor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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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 South Korea Should Prepare for the Worst

WEEKLY KYUNGHYANG

APLN Vice Chair Moon Chung-in highlights that the situation between Israel and Hamas bears an uncanny resemblance to the situation in Korea and argues that South Korea should draw several valuable lessons from the Israel crisis. For example, South Korea should be prepared for the worst-case scenario, considering the potential consequences of unilateral pressure on North Korea.

This article is written in the Korean language. Click here to read the original post.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이 희생자 수를 키우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바뀌는 사망자 수는 지난 10월 19일 기준 어느새 5000명을 넘었다. 단순 숫자가 아닌 얼마 전까지 웃고 울던 사람들 목숨 하나하나를 쌓은 결과다. 앞서 10월 17일(현지시간)에는 가자지구 중북부에 자리한 알아흘리 아랍 병원에서 발생한 폭발로 아이들을 포함한 500여명이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다. 명백한 전쟁범죄다. 이스라엘의 공습이냐, 팔레스타인 내 또 다른 무장단체 이슬라믹 지하드의 로켓 발사 실패냐를 두고 공방이 오갔다. 하지만 어느 쪽 소행인지 밝히고,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오늘 발생한 또 다른 죽음이 어제의 죽음을 덮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쟁을 둘러싼 거의 모든 것이 불확실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있다. 양측이 만족할 만큼 더 많은 사람이 죽고 나서야 비로소 ‘정전협상’ 이야기를 꺼낼 것이라는 점이다. 무고한 민간인이 더 많이, 더 한꺼번에, 더 잔인하게 죽을수록 협상은 빨라진다. 국제정치가 규칙, 규범, 이상, 합리에 따라 움직일 것이란 믿음은 점점 착각이 돼가고 있다. “이만큼 죽었으니 이제 그만하자”는 말이 나오기 전에 양측의 대화와 타협을 이끌어낼 수 있는 동력이 지금 국제사회에는 보이지 않는다.

먼 곳에서 비극을 바라보는 한국도 이번 사태가 ‘남의 일’ 같지는 않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공방상황을 대치, 봉쇄, 압박, 미사일 방어, 지정학 등의 키워드로 분류해 비교하면 한국 상황과 묘하게 닮았다. 왜 이 전쟁이 발생했는지,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등을 면밀히 파악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뜻이다. 주간경향이 중동과 한국 상황을 함께 설명해줄 수 있는 전문가를 찾아나선 이유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는 외교안보 전문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가 대학에서 여러 학기 중동정치를 강의하고, 연구실적도 남긴 빼어난 중동 전문가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중동 전문가 중에는 문 교수와 교류하며 배우는 이도 많다. 이에 지난 10월 18일 서울 마포구 김대중도서관을 찾아 그를 만났다. 문 교수는 한국에서는 잘 소개되지 않은, 전쟁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의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가 지난 10월 18일 서울 마포구 김대중도서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우선, 하마스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어디서는 ‘무장 정파’, 어디서는 ‘정당’, 또 다른 어디서는 ‘가자지구 통치 집단’ 이라고 한다.

“국내 언론이 ‘하마스’를 지칭할 때 별다른 설명 없이 ‘무장 정파’라고 하는데 사실 이 개념은 하마스의 역사를 반영한 것이다. 이들이 무장한 민병대로 출발해 나중에 정당으로 자리 잡았다. 그래서 그 특성을 반영해 만들어 낸 말이 ‘무장 정파’다. 영어로는 이들을 민병대(Militia)라고도 부르는데 이러한 역사가 반영된 것이다. 단순히 무장한 것에만 초점이 맞춰지는데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총선에 참여한 정당이다. 현재는 가자지구에서 완전한 자치를 하고 있는 지방정부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은 약자가 강자를 상대로 먼저 전쟁을 시작한 모양새다. 이해가 잘 되지 않는데.

“몇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는 주로 미국·이스라엘 전문가들이 내놓는 국제정치적 시각에 입각한 분석이다. 이번 사태가 발생하기 전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간 관계 정상화를 중재하고 있었다. 하마스 입장에서 이들이 가까워지면 외교적 고립이 심화되고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과 가자지구 봉쇄 등의 문제해결은 더욱 어려워지게 된다. 실제로 2020년 9월, 미국 트럼프 행정부 중재로 이스라엘이 바레인·아랍에미리트(UAE)와 아브라함 협정을 맺고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그러자 수단, 모로코 등도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하며 하마스가 크게 충격을 받았다. 아랍권 국가들이 잇따라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하는 분위기를 깰 필요가 있었다. 고립되고 있던 하마스가 중동 정세를 흔들어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외교정상화를 막고 세계적 관심을 가자지구에 집중시키려 했다는 것이 첫째 가능성이다. 둘째는 주로 이스라엘 네타냐후 정권에 비판적인 전문가들이 내놓는 국내정치적 시각에 입각한 분석이다. 이번 사태 발생 전, 이스라엘 사회는 사법개혁 문제를 놓고 내홍을 겪고 있었다. 30만명 이상의 시민이 반정부 시위를 하고, 예비역들이 군 복무를 거부하는 등의 분열이 지속됐다. 이러한 이스라엘 국내정치 상황을 이용해 하마스가 군사모험을 감행했는데, 이는 보수강경파로 구성된 네타냐후 정권에 타격을 가해 가자지구를 향한 강압 정책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반대로 팔레스타인의 정치적 상황에 주목하는 분석도 있다. 이는 주로 팔레스타인을 연구한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현재 팔레스타인 서안지구는 자치정부가, 가자지구는 하마스가 통치하는 상황이다. 서안지구에서는 이스라엘 정착촌이 확대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자치정부는 제대로 대응을 못 하고 있다. 이에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공격해 자치정부와 차별화하면서 정치적 정통성도 공고히 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시각 모두 문제가 있어 보인다. 먼저 하마스가 6000발 이상의 로켓포 공격을 했다면 적어도 포탄 5만~6만 발 이상을 비축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는 적어도 1~2년 전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관측이다. 최근에야 급물살을 탄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개선을 깨기 위해 급하게 공격을 준비한 것이 아니란 의미다. 공격 시점 역시 이스라엘에서 시위가 고조되고 있던 7~8월이 하마스에 더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하마스와 서안 자치정부를 이끌고 있는 파타 조직과의 경쟁도 마찬가지다. 2006년 선거에서 이미 하마스가 승리했다. 그 이후로 마흐무드 압바스 자치정부 수반은 선거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자치정부의 부패, 무능, 독재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어서 정통성만 따진다면 하마스가 유리한 상황이다. 내부 경쟁 때문에 공격에 나설 이유는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 공격을 감행했을까. 이스라엘 측의 보복으로 하마스가 붕괴할 가능성만 커진 것 아닌가.

“세 번째 가능성이 있다. 가자지구는 2007년 이후 사실상 봉쇄상태에 있다. 통계를 보면, 가자지구 실업률이 50%에 육박하고 경제 성장은 계속 침체 국면이다. 이스라엘에 의해 국제공항은 파괴됐고 해상·육상 경로도 막혔다. 국경이 포위되고, 경제적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은 사람을 절망감과 항상 적들에게 둘러싸여 있다고 믿는 포위심성(Siege Mentality)에 빠지게 한다. 하마스는 이러한 상황을 뒤집기 위해 자해적 공격으로 나왔을 수 있다. 게다가 극단적 이슬람원리주의자들은 성전(지하드)을 위해 자살 테러를 한 이들을 순교자(샤히드·Shahid)라고 부른다. 자신들의 목표, 절박한 상황을 폭력적으로 과시하려는 시도인데 불행하게도 그게 이슬람 저항운동의 역사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번에 하마스가 밝힌 명분도 예루살렘의 알 악사 모스크에 유대인들이 접근, 예배하는 것을 허용한 이스라엘 정부 결정에 대한 항의다. 가자지구의 포위상황, 이로 인한 사람들의 절망감, 하마스의 지하드 정신 등이 자해적 군사행동으로 폭발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스라엘 경찰이 지난 10월 7일(현지시간) 남부 아시켈론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쏜 로켓이 떨어지자 아이를 안은 여성을 대피시키고 있다(위 사진). 같은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가자시티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 더미 위로 걸어가고 있다. AP·AFP=연합뉴스

-이스라엘은 왜 공격을 막지 못했나.

“첫째는 정보실패다. 하마스의 카쌈 로켓의 생산, 배치, 운용에 대한 정보, 정찰, 감시 실패다. 특히 하마스 대원이 철망을 넘어 음악 축제가 열리는 현장에 올 때까지 저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치욕적이다. 둘째는 작전실패다. 정확한 감시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사전에 이를 막거나 대응하는 등의 효과적인 작전을 펼치지 못했다. 철망이 뚫리고 희생자가 발생하고 사흘이 지나서야 군사적 대응을 할 수 있었다는 게 이를 말해 준다. 셋째로 정책실패다. 이스라엘은 2007년 이후 가자지구에 대해 ‘적대적 방치’를 넘어 ‘적대적 봉쇄, 억압’ 정책으로 일관해 왔다. 그에 대한 반작용을 예상했어야 했는데 관성적 정책으로 일관했다. 출구 없는 일방적 압박 정책이 비극적 결과를 가져온 셈이다. 마지막 넷째는 정치실패다. 네타냐후의 보수연정, 극단적 강경파 세력이 이스라엘의 국내정치적 분열을 가속화했다. 하마스는 분열을 호기로 봤을지 모른다. 네 가지 실패가 지금의 총체적 위기로 이어졌다고 본다.”

-아이언돔은 어떤가. 뚫렸다는 분석이 나오는데.

“과거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때, 이스라엘군 당국자와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아이언돔 요격 정확도가 왜 그렇게 높으냐’고 물으니 ‘아이언돔 그 자체로 요격 성공률이 높다기보다 가자지구에서 수집하는 인간정보(휴민트), 정찰위성을 통한 영상정보(이민트), 감청 등을 통한 신호정보(시긴트)를 아이언돔에 연계시키기 때문에 명중률이 높다’고 했다. 즉 아이언돔은 가자지구를 24시간 정찰·감시하며 얻은 정보와 결합할 때 효용도가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하마스가 가정집에 로켓포를 은닉해 4~5발 정도를 쏠 때는 감시체계를 통한 포착도 빠르고 요격 정확도도 높았다. 그런데 이번 공격에 사용된 로켓포는 이스라엘 측이 포착한 것만 2200발 정도이고, 하마스 주장에 따르면 6000여 발이다. 이처럼 대규모 공격을 동시다발적으로 받는 상황이 되면 이전만큼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폭격을 받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 지역의 건물에서 한 아이가 구조돼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이번 사태를 네타냐후 정권의 실패라고 한다면, 정치적 반전을 위해 보복이 더욱 가혹해질 가능성도 있나. 가자지구에서 시가전을 하거나 폭격을 통해 민간인을 무차별 사살하거나 하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스라엘이 보복 의도와 능력을 갖춘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국제적 지지를 받지 못하면 존속이 어렵다. 국제적 지지를 얻으려면 국제법을 준수해야 한다. 전면 전쟁을 벌여서 가자지구를 초토화하거나 하마스를 공격하려다 대규모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면 국제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유엔헌장 제51조에 따르면, 회원국이 무력 공격을 당할 경우 개별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런데 이는 공격을 받았을 때 ‘즉각적’ 반격을 보장하는 것이지 보복행위를 허용한 것이 아니다. 이스라엘과 서구 사회가 고민에 빠지는 것도 이 부분이다. 하마스의 행동은 규탄받아야 하고, 이스라엘이 반격할 권한이 있는 것까지는 인정한다. 이는 그러나 민간인 보호라는 국제법 준수를 전제로 한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스라엘 방문 중 이를 분명히 했다. 네타냐후 정권이 당장 가자지구에서 시가전을 벌일 것 같았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은 어떤 입장인가.

“이스라엘 지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하마스 제거를 위한 군사행동에는 찬성하지만 민간인 살상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확전에도 반대한다. 분쟁이 확대되면 레바논의 헤즈볼라, 시리아가 개입하고 이란까지 나설 가능성이 커진다. 시리아에 지분이 있는 러시아의 개입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아랍권에서 반이스라엘 정서가 팽배해지면 아랍국가 역시 동요할 수 있다. 이들이 반이스라엘을 넘어 반미로 치달을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이 가장 경계하는 대목이다. 따라서 미국은 확전을 방지하고 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려 들 것이다. 두 척의 항공모함을 동지중해에 보낸 것 역시 함부로 개입하지 말라는 뜻이다. 미국 국내정치적으로도 가자지구에서 민간인 대량 학살 등의 인도주의적 문제가 발생하면, 바이든 행정부에 엄청난 위기가 될 것이다.”

지난 10월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만나 회담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란의 입장은 무엇인가. 이번 사태 배후로 지목받고 있다.

“워싱턴 정계와 이스라엘에는 이란을 적대시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위협할 만한 군사력을 갖추고 있다 보니 나타나는 견제다. 하마스 공격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고, 이들의 개입 가능성까지 점친다. 그러나 이란이 개입하려고 해도 지상병력이나 공군력으로는 어렵고 해양 개입도 미국의 항공모함, 전투단 파견으로 쉽지 않다. 결국 레바논 헤즈볼라에 무기 등을 지원해주거나 시리아에 파견된 일부 이란 병력으로 위협을 가하는 수준이 전부일 것이다. 그나마 이라크 시아파 정부와 연계해 이란-이라크 연합군을 형성해 싸운다면 변수가 될 수는 있다. 이러한 시나리오에는 그러나 맹점이 있다. 이란이 이른바 ‘시아파 벨트’라고 불리는 레바논, 시리아, 이라크 내 시아파를 조종하는 시아 패권국이라는 명제가 성립돼야 한다. 이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역사적으로 보면 오히려 그 반대다. 이들 국가의 시아파들이 정치적 탄압 또는 위협을 받을 때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에 지원을 요청했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러한 지원이 가능해졌다. 이란이 이들을 조종해 이스라엘과 대리전을 한다는 주장에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하마스는 수니파가 다수 아닌가. 시아파 이란이 이들을 돕는 것은 왜인가.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

“수니파·시아파 모두 이슬람 아닌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땅을 불법 점령하고 그곳의 무슬림을 억압한다는 것이 아랍권과 이란 이슬람 혁명정부의 생각이다. 움마(이슬람 공동체)라는 시각에서 보면 이란의 하마스 지원은 지극히 당연하다. 사우디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조차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이스라엘 편에 서기 어렵다. 수니파·시아파와 관계없이 팔레스타인 문제와 관련해서 친미, 친이스라엘 행동을 한다면 이는 정치적 자살에 가깝다. 따라서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정부는 네타냐후 정권이 가자지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가를 보고 판단할 것이다. 이슬람의 종파적 갈등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것 역시 주로 미국·이스라엘이 보는 관점이다.”

-이번 사태가 어떻게 흘러가리라고 보나.

“이스라엘은 현재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가자지구에 어떤 대응을 하느냐에 따라 아랍 세계를 지금처럼 분열된 상태로 현상유지를 하게 할 수도 있고, 반대로 아랍 세계의 단결을 촉진할 수도 있다. 이는 민간인 살상과 관계없이 가자지구에 대한 전면적 군사행동을 할 것이냐, 과거처럼 시간을 두고 하마스 지도부 등의 목표를 설정해 전술적으로 보복, 타격할 것이냐에 달렸다. 관건은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에 따른 가자지구의 민간인 사상자 수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 제거라는 지상 명제와 무고한 민간인 보호라는 국제법 의무 사이에서 상당히 고민할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방문해 국제법적 의무 준수를 재차 강조했고, EU를 포함 국제사회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어 대규모 지상 군사 작전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이번 희생을 계기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에 대타협을 하고 오슬로 협정에 따른 ‘두 국가 해법(two state solution)’을 과감히 추진하는 일이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스라엘 상황은 남북 대결 구도와도 유사한 점이 있지 않나. 우리도 한국형 아이언돔을 구축 중이다.

“미사일 방어(MD) 시스템 자체가 상당히 허구적인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상징적인 억제 기능이야 있겠지만 날아오는 미사일을 향해 미사일을 쏘아서 하늘에서 요격한다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할지 의문이다. 북한이 전방에 배치한 장사정포가 1만1000문 이상이고 전술핵도 가졌다고 추정된다. 이를 활용한 북한의 공격에서 우리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 단 한 발이라도 놓쳤다고 가정해보자. 얼마나 큰 희생이 따를 것인가. 약 2000만명이 서울, 경기, 인천 등 사실상 접경 지역에 산다. DMZ에서 100㎞ 이내다. 북한이 특정 표적 없이 쏴도 우리는 엄청난 피해를 입는다. 그에 따른 공황 심리 또한 대단할 것이다. 또한 미사일 방어를 위한 지휘, 통제, 통신, 정보, 정찰, 감시 자산의 통합적 운용이 제대로 돼 있는지도 의문스럽다. 휴민트도 아주 취약하지 않은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월 26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제75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기 전 거수 경례를 하고 있다./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정부 발언을 보면, ‘적 도발 시 강력한 보복·응징을 하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보복이 도발 억지력을 높이기는 하는 것인가.

“현 정부의 가장 큰 맹점이다. 전쟁 방지를 위한 예방외교가 없다. 전쟁이 일어나는 상황을 가정해 응징·보복하고 최종적으로 승리한다는 이야기만 한다. 군은 응징·보복을 말할 수 있고, 말해야 한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다르다. 대통령실조차 예방외교가 아닌 응징과 보복을 말한다면 전쟁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이다. 국민이 죽고 난 후의 승리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민주주의 국가에서 전쟁을 함부로 하지 못하는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의 보호라는 헌법적 소명 때문이다. 대북 압박 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대북 압박을 지속하면 북한 체제가 현 정부 임기 안에 붕괴될 수도 있는’ 것처럼 언급했다. 가자지구 하마스를 보자. 2007년 이후 국경 봉쇄와 제재를 통한 압박이 상당 기간 지속됐다. 그 결과 이스라엘이 상상할 수도 없는 군사모험을 감행하지 않았나. 하마스 사례는 버틸 수 있는 임계점을 넘으면 항복하거나 내부적으로 붕괴하는 것이 아닌 다른 최악의 선택을 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출구 없는 일방적 압박은 파국적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 게다가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북한과 중국 사이의 통로가 열렸다. 정부는 한·미·일 3국 협력 강화로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 구도가 강화될수록 오히려 북·중·러 3각 협력을 부추겨 북한의 생존 공간을 새롭게 열어줄 수 있다.”

-이스라엘 사태에서 한국은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하나.

“첫째는 우리 군사력과 정보력이 강하다고 해도 ‘과신’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는 한미동맹과 한·미·일 3국 공조를 자꾸 강조하는데 ‘맹신’해서는 안 된다. 외세에 대한 맹신은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 셋째는 전쟁에서 이기는 정책과 전략보다는 전쟁을 피하는 외교적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북한에 대한 일방적 압박이 초래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 ‘Thinking the Unthinkable’, 상상도 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을 늘 염두에 두는 자세가 필요하다. 넷째는 정부 비판 세력을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하는 ‘내부 분열’ 행위를 멈춰야 한다. 우리의 분열은 적에게 호재가 된다. 마지막으로 이스라엘 사태는 지도자의 독선과 오만이 국민의 희생을 불렀다. 한국 정부는 그런 과오를 답습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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